AI가 회계사·변호사도 대체할까? 신입 전문직부터 흔들리는 진짜 이유
반나절 걸리던 회계 분석이 AI로 5분 만에 끝나는 시대입니다. 회계사·변호사 채용 변화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사라지는 업무, 남는 역량, 취준생의 대응법을 정리했습니다.
"자격증만 따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 예전처럼 든든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2026년 5월 17일 TV조선 뉴스7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법률사무소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취재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신입 회계사가 반나절 이상 걸려 처리하던 분개장 분석을 AI가 단 5분 만에 끝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이제 회계사와 변호사도 사라지는 건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은 직업 전체의 소멸이 아닙니다. 전문직이 성장하는 첫 번째 계단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상의 사례와 추가 자료를 함께 살펴보며, 취준생과 저년차 직장인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1. 영상에서 확인된 변화: 반나절 업무가 5분으로 줄었다
TV조선 보도에서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실제 업무 장면을 소개합니다. 기업의 2년 치 거래가 기록된 분개장 데이터를 AI에 입력하자, 상세 분석 보고서가 5분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저년차 회계사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이상 거래를 찾으며 반나절 이상 붙잡고 있던 업무였습니다. AI는 지치지 않고 대량의 자료를 훑은 뒤 초안까지 빠르게 만들어냅니다.
변호사 업무도 비슷합니다. 영상에 등장한 직원 25명 규모의 법률사무소에는 변호사가 1명뿐입니다. 판례와 법령을 검색하고 초안을 만들던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한 명의 변호사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직군 | 신입이 주로 맡던 업무 | AI가 바꾸는 방식 |
|---|---|---|
| 회계사 | 분개장 정리, 이상 거래 탐색, 기초 분석 | 대량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초안 생성 |
| 변호사 | 판례 검색, 법령 조사, 문서 초안 작성 | 리서치 속도 향상과 반복 문서 자동화 |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AI가 법정에서 최종 변론을 하거나 감사보고서에 책임지고 서명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줄어든 것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첫 번째 초안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일이 신입 전문직의 대표적인 입문 업무였다는 점입니다.
2. 자격증보다 먼저 흔들리는 것: 신입의 첫 자리
영상에서 소개한 수치는 변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 수습처를 찾지 못한 인원은 2022년 14명에서 2025년 178명으로 늘었습니다.
- 변호사 채용 공고는 2021년 3,895건에서 2025년 3,167건으로 18% 이상 감소했습니다.
물론 이 변화 전체를 AI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 둔화, 업계 구조조정, 기업의 비용 절감, 채용 시장의 수급 변화도 함께 작용합니다. 하지만 AI가 신입의 반복 업무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기업이 "예전만큼 많은 초급 인력을 뽑아야 하는가"를 다시 계산하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취업난보다 깊습니다. 신입이 줄면 몇 년 뒤에는 실무 경험을 갖춘 중간 연차도 줄어듭니다. AI 결과물을 검토할 사람은 필요한데, 정작 그 판단력을 어디서 키울 것인지가 새로운 숙제가 됩니다.
즉, 전문직 시장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허리가 얇은 구조로 바뀔 수 있습니다.
- AI가 초안과 반복 분석을 맡습니다.
- 적은 수의 신입만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채용됩니다.
- 시니어는 AI를 활용해 더 많은 고객과 사건을 처리합니다.
- 신입은 단순 업무만 잘해서는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집니다.
3. 추가 자료가 보여주는 것: AI는 단순 노동만 노리지 않는다
AI가 반복 노동만 자동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절반만 맞는 설명이 됐습니다.
Anthropic Economic Index는 2026년 1월 공개한 분석에서 AI의 시간 절감 효과가 복잡한 과업에서도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Claude.ai 사용 데이터를 기준으로 고등학교 교육 수준이 필요한 과업은 약 9배, 대학 교육 수준이 필요한 과업은 약 12배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결과는 회계·법률처럼 지식 집약적인 업무도 AI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단순 입력만 자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자료 해석과 초안 작성처럼 전문직의 일부로 여겨졌던 일까지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Thomson Reuters의 2026 AI in Professional Services Report도 같은 방향을 보여줍니다. 법률, 세무, 회계 등 전문 서비스 조직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전년 22%에서 40%로 늘었습니다. 현재 사용자 중 80% 이상은 매주 AI를 활용하고, 90% 이상은 5년 안에 AI가 핵심 업무 흐름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2030년까지 감소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에 회계사와 감사인을 포함했습니다. 법률 비서도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직무로 언급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지식 노동의 주변부부터 파고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핵심은 "전문직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된다"가 아닙니다. 자격증에 더해 AI 결과를 검증하고, 고객의 맥락을 이해하고, 최종 판단에 책임지는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뜻입니다.
4. 회계사·변호사에게 여전히 남는 일은 무엇일까?
AI는 빠르지만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습니다. 특히 돈, 계약, 소송처럼 실수 비용이 큰 분야에서는 사람이 마지막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회계 분야에서 남는 역량
- 기업의 사업 구조와 거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
- AI가 찾은 이상 거래가 실제 위험인지 판단하는 능력
-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에 핵심 리스크를 설명하는 능력
- 규정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결론을 내리는 직업 윤리
법률 분야에서 남는 역량
- 의뢰인이 말하지 않은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상담 능력
- 사실관계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전략을 세우는 능력
- 협상, 설득, 재판 대응처럼 상대방의 반응을 읽는 능력
- AI가 만든 판례 조사와 문서 초안의 오류를 검증하는 능력
앞으로 좋은 전문가는 AI를 쓰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결론으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5. 취준생과 저년차가 지금 준비할 4가지
불안한 뉴스만 보고 진로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격증을 따면 회사가 알아서 실무를 가르쳐 주겠지"라는 전략은 위험해졌습니다.
1. AI를 금지하기보다 업무 흐름에 넣어보기
회계라면 샘플 거래 데이터를 분류하고 이상치를 찾는 연습을 해보세요. 법률이라면 공개 판례를 요약하게 한 뒤 원문과 비교해 오류를 잡아보세요. 중요한 것은 멋진 프롬프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사용 경험입니다.
2. 결과물보다 검토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만들기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제출하면 누구나 비슷해집니다. 대신 어떤 오류를 발견했고, 어떤 근거로 수정했으며, 최종 판단에서 무엇을 제외했는지 남겨야 합니다. 앞으로 면접에서는 "AI를 쓸 줄 아나요?"보다 "AI가 틀렸을 때 알아챌 수 있나요?"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3. 고객을 만나는 능력을 키우기
자료 분석은 빨라져도 고객의 불안, 이해관계, 숨은 요구까지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상담, 발표, 협상, 글쓰기처럼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은 전문지식의 가치를 실제 매출과 신뢰로 바꿔줍니다.
4. 내 직업을 과업 단위로 쪼개보기
직업 이름만 보고 안전하다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10개 정도로 나눈 뒤, AI에 맡길 일과 사람이 책임질 일을 구분해 보세요.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익히고, 남는 판단 업무를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6. 결론: 사라지는 것은 직업보다 오래된 성장 방식이다
AI 때문에 회계사와 변호사가 당장 모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신입이 반복 업무를 하며 천천히 배우던 방식은 이미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전문직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사무직, 상담직처럼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읽고 초안을 만드는 직업이라면 비슷한 질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내 직업이 사라질까?"라는 막연한 공포가 아닙니다. 내 업무 중 무엇이 먼저 자동화되고, 나는 어떤 판단을 책임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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